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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엘리야 |
날짜 : 12-05-14 15:53
조회 : 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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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3년이 지나고 일본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일본의 기독교의 현실과 교육의 현장과 복지시설 등을 돌아보면서 그동안 삶의 아무런 열매도 없으면서 마치 뭔가에 깊이 빠진 듯이 질주하면서 살아온 삶을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우선 뇌가 꼬일 것 같은, 논문에 대한 부담감에서 해방되어서 좋았고 또한 일본을 실제 피부로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늘 선입견과 부정적인 역사관으로 왜곡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나라, 일본을 아무런 편견 없이 있는 모습 그대로 경험해보는 것은 한 평생 여유 없이 살아온 나에게는 하늘이 준 선물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지인의 소개로 하얀 백발을 한 노처녀 선교사님을 소개 받았다. 70세의 할머니 선교사님이셨는데 무작정 일본에 가야할 것 같아서, 그것이 주님의 부르심인 것 같아서... 순종하여 왔다는... 여차여차한 사정을 이미 들은지라... 조심스럽게 그분의 말씀을 경청했다.
그분은 일본에 오자마자 아침 일찍 기상하여 새벽예배를 드린 후 샐러리맨들이 출근하기 바로 직전에 아침식사를 하려고 들리는 페스트푸드 점에서 전도하고 있다고 전해주셨다. 먼저 그분은 새벽에 커피한잔과 간단한 요기를 하려고 찾아오는 오는 직장인들에게 수일동안 편안한 친구처럼 말벗이 되어준다고 했다.
그리고 서로의 신뢰감이 쌓여갈 때까지 좋은 상담자 역을 하신다는 것이다.
원래 형식상의 예의바른 인사 외에 타인에게 이러쿵저러쿵 말을 거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일본인들이지만 선교사 할머님의 적극적인 태도와 반복적인 인사로 인해 친구가 많이 생겼다고 하셨다.(내가 느끼기에는 선교사 할머님의 밝고 환한 인상이 너무 좋아서 일 것이다.)
어느새 흉금 없이 마음을 털어놓을 때가 되면 예수님을 전한다는 것이었다.
할머니 선교사님의 얼굴이 아직 소녀 같고 누가 보더라도 얼굴의 평안한 빛과 후광이 비치는 것을 보면 할머니 말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부끄러웠다. 저 연세에도 불구하고 하늘의 음성을 듣고자 몸부림치며, 철저하게 하나님을 의지하려는 모습은 내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속으로 "나는 종자가 다른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하나님의 나라는 참으로 오묘함을 깨달았다. 아마 그 할머니는 일본의 부흥에 귀한 도구로 쓰일 것이다. 박사학위만 다섯 개가 넘는다고 하는 천재인데도 얼마나 겸손하신지 모른다. 그 노선교사님을 보자 재인 할머니의 한결같으신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 우리나라에는 능히 100수를 누리시면서 겸손하게 중보기도해주실 재인할머니가 계시지"그런 생각을 하며 큰 위로를 받았다.
백발의 할머니를 소개 받고 나서 일본의 교육현장을 답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초등학교 6년 동안 등하교 길을 공동체가 되어 함께 오고 간다는 것이 놀라웠다. 집단주의처럼 보일지는 모르지만 1학년부터 6학년이 모두 함께 등하교를 한다는 것은 일찍부터 서로 배려하는 훈련을 쌓아나가는 것 같아서 부정적으로만 보이지는 않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일본의 힘이 저런 공동체 정신인지도 모르겠다.
암튼 초등학교 때부터 힘든 일이 있으면 서로 도우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교육의 힘이 새삼 놀라웠다. 일본은 섬나라이기 때문에 위기대처 능력이 강하다. 그것은 "시마곤조"라는 섬나라만의 소극적이고 폐쇄적인 성향으로 인해 그 "속"을 알 수 없는 음침함과는 다른 의미의, 본능적인 섬나라들만의 파워인지도 모른다.
물론 그곳에 있는 동안에 교통사고가 나면 한꺼번에 초등학교 학생들이 몰려다니기 때문에 한 번의 사고에 몇 명이 동시에 상해를 입는 뉴스를 보기도 했고, 점차 개인주의적이 되어가는 아이들이 무더운 여름날의 등하교 길에는 서로 부딪히면서 짜증내는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더 염려스러운 것은 근현대사에 일본이 이웃나라와 세계를 상대로 일으킨 전쟁이 10번이나 되었기에 군국주의 훈련이 절로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독도(다케시마)에 대한 그들의 의식이 교육현장에서 어떻게 설명되는지 살펴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방문한 날은 마침 학부모들 초청의 날이었다. 그날의 열린 교실은 자기의 아이들이 어떻게 교육받고 있는지, 어떤 내용으로 가르침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날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학교의 28살의 젊은 여선생은 다께시마(독도)는 한국영토임을 학생들에게 분명히 가르쳤다.
나는 그 시간에 참석했던 학부모들의 태도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수업시간에 참관하고 있었는데 그 여선생의 말에 아무도 제동을 걸지 않았다. 학부모들 중에 제동을 거는 자가 없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한국에서 보았던 언론 방송보도로는 일본의 학부모들이 들고 일나나서 난리법석을 떨 줄 알았다.
그리고 난 당연히 일본의 젊은 여교사가 자기나라 편을 들어 다케시마(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이며 한국이 불법으로 점령하고 있다고 가르칠 줄 알았다. 나는 통역하는 분에게 수차례 확인했다. 하지만 일본 여선생은 다케시마(독도)는 한국의 영토임을 분명히 했고, 아이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였으며, 부모들은 단 한 사람도 반대하는 자가 없었다고 수차례 설명해주었다.
하지만 한국의 뉴스에는 일본 정부의 태도나 일본 우파들의 극단적인 주장만을 이슈화 했지 실제 교육의 현장에서는 독도가 한국 땅이라고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적지 않음을 전혀 언급하지 않는 것 같았다. 통역자의 말로는 일본의 양심있는 선생님들은 대부분 독도가 한국땅임을 안다고 했다. 물론 나로서는 도대체 몇 %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선생들이 진실을 가르치는데도 한국이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점은, 실로 아쉬운 부분이다.
그렇게 일본의 구석구석을 흡수하면서 돌아다니던 어느 날 지인들과 점심을 먹고 돌아와서 좀 쉬려고 친구 집으로 돌아왔다. 마침 집에 다 와서 차에서 내리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차가 이유도 없이 울렁거렸다. 순간적인 착시현상인가 했는데 갑자기 어지럼증이 막 몰려왔다. "어이쿠 이거 벌써 내가 세상 떠나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운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다음 순간 차가 움직이는 게 아니라 땅이 울렁거림을 감지했다. "이야 이게 지진이구나." 하는데 근처에 있는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면서 "지진이다."고 소리는 쳤지만 누구하나 호들갑을 떨지는 않았다. 생각 외로 굉장히 침착하게 대처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처음 겪는 나로서는 도무지 어떻게 서 있어야 할지 모른 채 그냥 땅이 흔들리는 데로 몸을 맡기면서 지진이 멈추기만을 바랄뿐이었다.
하지만 곧 시간이 지나 땅은 안정이 되었지만 일본열도는 마치 곧 붕괴될 것 같은 일들이 계속 보도되었다. 쓰나미의 피해는 도저히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참상 그 자체였고, 원전의 붕괴로 인한 방사능 누출은 국가적인 위기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후 복구과정에서도 혹한과 눈보라가 몰려와서 속수무책의 사태가 계속 되었다.
미국 다음으로 경제대국이라는 일본이 단 한 번의 대지진 앞에 얼마나 무력한 나라인가를 여실히 체험할 수 있었다. 그렇게 복구과정을 지켜보면서도 여진은 계속되었다. 어떤 날은 하루에도 10번씩 여진이 오기도 했다. 하지만 나도 점차 배짱이 생겨서 "인명은 하늘에 달렸다"는 생각으로 여유를 갖고 복지시설을 둘러보았다.
우리나라와는 차원이 다를 만큼 대단한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환자가 전혀 불편함이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공무원이나 서비스직 사람들의 태도가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처음에는 "저 사람들은 친절조차도 오버하네." 그렇게 생각했는데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인격체로서 서로에 대한 배려의 훈련이 잘된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 공무원의 무책임과 무관심과 불친절과 불쾌한 기억들이 많은 나로서는 "일본=쪽발이" 라는 피해의식적인 표현자체부터 고쳐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 이 나라에는 모든 것이 다 준비되어 있는데 예수님만 없네."
그렇게 생각하면서 일본의 복음화에 대한 현주소를 알아보려고 오랜만에 인터넷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벤 신부님으로부터 재인 할머니가 심각한 병을 앓고 계시다는 메일이 와 있었다.
"아니야 그럴 수는 없을 거야. 재인 할머니 한분의 중보기도와 순종하는 삶은 적어도 수만 명에게 거룩한 삶의 영향력을 주실정도의 영적인 에너지를 방출하실 텐데, 벌써 하나님이 부르실 리가 없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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