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삼수령공동체 > 자유게시판
 
 
  탈북자들의 기독교로의 회심과정 연구
  글쓴이 : 작은씨앗 날짜 : 09-05-25 20:41     조회 : 17738    
이글은 한화룡 박사 (서울여자대학교 기독교학대학원) 가 발표한 글을
올려드립니다.


I. 북한 선교의 제일과제로서의 복음화

1990년 순식간에 독일이 통일되고, 1991년에는 졸지에 거대한 소련마저 붕괴되고 말았다. 그러면서 그동안 도저히 불가능한 일로만 느껴졌던 남북통일이 우리의 눈앞에 성큼 다가섰다. 따라서 통일을 목전에 둔 이 시점에서 한국 교회는 한 편으로 거시적인 관점에서 앞으로의 사태 추이를 조망하면서, 다른 한 편으로 실제적인 수준에서 통일과 북한 선교를 준비하는 작업이 절실히 필요하다.

 

특히 우리는 우리와 한민족인 북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에 우선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물론 굶주린 북한 동포들에게 물질적인 지원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또 통일을 눈 앞에 둔 이 시점에서 남북 간의 사회적 심리적 통합을 모색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무엇보다도 남북간의 영적 통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북한 주민들에게 제대로 복음을 증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북한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남한의 그리스도인은 주로 반공적 시각에서 북한을 부정적으로 보기가 일쑤였다. 물론 이같은 부정적 대북관을 갖게 된 데에는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가 있다. 1950년 6월 25일 남침으로 시작된 한국 전쟁으로 남측은 수많은 인명피해와 함께 엄청난 물적 손실을 입었다. 더구나 기독교교회는 북측으로부터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박해를 당했다. 따라서 한국 교회가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같은 태도는 성경적으로 볼 때 올바른 것인가? 우리는 누가 보아도 객관적인 사실에 입각해 그같은 태도를 정당화할 수 있는가?

1. 북측의 피해
2. 한국전쟁의 복합적 원인
3. 북한의 사실 왜곡
4. 북한의 주민 구성
5. 미래를 위한 화해와 협력

따라서 여러 사실과 요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우리는 북한을 무조건 빨갱이로 매도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는 김정일을 정점으로 한 북한 지도부와 일반 주민들을 구분해야 한다. 김정일 일당에게는 엄중한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하겠지만, 일반 주민들에 대해서는 좀 더 그들을 이해하고 사랑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다시 말해 김일성/김정일 일당과 북한 주민들을 한통속으로 묶어 정죄하기보다는 김일성/김정일 치하에서 생존을 위해 순응할 수 밖에 없었던 북한 주민들을 오히려 동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만이 우리는 북한 주민들의 가치와 문화를 올바로 이해해서 그들에게 적절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복음을 증거할 수 있을 것이다.

II. 북한주민의 처지와 필요에 맞게 복음을 전하기

그러면 북한 주민들에게 어떻게 복음을 전할 것인가? 우리는 인종이 같고, 언어가 같기 때문에 남한에서 하는 방식 그대로 북한 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하면 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이 분단 이후 오십년이 넘도록 폐쇄 체제 아래서 세뇌 교육과 사상 통제를 받아서 남한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특이한 집단으로 변모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따라서 북한 주민들에게 제대로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처한 상황에 적절하고 필요에 맞는 효과적인 전도법을 개발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III. 북한 주민들의 세계관 - 네 가지 신화

모든 사람들은 그들 자신과 주변 세계를 바라보는 도구를 갖고 있다. 마치 각기 다른 여러 모양의 색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는 것과 같다. 사람들은 이 색안경을 세계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북한 주민들도 예외는 아니다. 북한 주민들은 그들 나름대로 그들 자신과 주변 세계를 바라보는 독특한 세계관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 북한 사람들의 세계관은 네 가지 신화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지론이다.

 

김일성이 일본제국주의의 식민통치로부터 조선을 해방시켰다는 해방 신화, 1950년 6월 25일 북한을 침략한 미제와 남조선 괴뢰도당을 물리치고 승리했다는 승리 신화, 북한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사회주의국가를 건설하였다는 낙원 신화, 그리고 미제와 남조선 괴뢰도당의 압제 아래 신음하는 불쌍한 남조선 동포들을 해방시켜야 한다는 통일 신화가 그것들이다. 물론 이같은 네 가지 신화들은 김일성 사후 상상을 초월하는 극심한 식량난 속에서 그 효력을 점차 상실해 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신화들은 북한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따라서 북한 주민들과 그 체제를 이해하려는 자들은 누구나 먼저 이 신화들을 바르게 이해해야 한다. 필자는 이같은 선(先)이해야말로 북한선교를 향한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물론 북한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 사회에 직접 뛰어들어가 관찰하고 조사를 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방법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필자는 먼저 월남한 북한 주민들이 쓴 수기를 중심으로 간접적으로나마 신화들을 추적해 정리하고, 그 다음에 월남자들을 직접 만나서 이 신화들을 바탕으로 하는 세계관의 타당성과 그것들이 지니고 있는 선교적 의미를 확인하고자 한다.

1. 첫 번째 신화 - 해방 신화

 

1994년 7월 김일성이 사망했을 때 남한 사람들은 북한 주민들이 통곡하는 모습을 보고 당혹감을 금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남한 사람들에게 북한의 김일성은 전설적인 항일독립운동가인 김일성 장군의 이름을 사칭한 사기꾼이요 한국전쟁을 일으킨 전범으로 잔학무도한 독재자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한 체제가 독재라 하더라도 어떻게 북한 주민들이 김일성의 죽음에 혼절할 정도로 슬퍼할 수 있는가?

 

필자는 남북한 주민들 간에 가장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면 바로 김일성에 대한 이해와 평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반공 교육을 받은 탓으로 대부분의 남한 주민들은 북한 주민들이 무서운 독재자인 김일성에게 마지 못해 순종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같은 통념과 달리, 북한 주민들에게 김일성은 자비로운 하나님이요, 위대한 지도자요, 인자한 할아버지이다. 국가안전기획부는 북한 주민들 거의 전부가 진심으로 김일성을 경애하는 수령으로 믿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서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을 신의 경지에 이르도록 추앙하게 되었는가? 김일성은 일본이 한반도를 점령했을 때 (1930년대와 1940년대초) 중국 만주 지역에서 항일 게릴라 투쟁에 참여한 경력이 있다. 많은 남한 사람들이 날조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김일성은 남의 이름을 도용한 가짜가 아니며, 그의 항일 투쟁 경력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김일성은 해방 후 소련군과 함께 북한에 들어와 북한의 지도자가 되었다. 김일성은 한 편으로 소련의 절대적인 지지와 철저한 정적 제거로 북한의 정권을 장악했으며, 다른 한 편으로 해방후 토지개혁과 전후경제 재건으로 정권의 기반을 공고하게 다졌다.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인 황장엽은 적어도 김정일이 권력의 전면에 부상한 1974년 전만 해도 김일성은 북한의 지도자로서 손색이 없었다고 한다. 근면하고 명석했으며 지도력을 갖춘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밤늦게 자면서 열심히 일하고, 현지 지도를 나가게 되면 부하들과 함께 기차 안에서 숙식을 해결했다는 것이다. 그 후 세월이 흐르면서 김일성은 자신의 경력을 과장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교활한 수완을 발휘해 북한 주민들로 하여금 자신을 절대우상시하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북한 주민들은 조선을 일본군국주의와 미국제국주의에서 구원한 민족의 지도자로 김일성을 추앙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어떻게 북한 주민들이 일개 인간인 김일성을 신의 경지에 이르기까지 높일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북한의 체제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그동안 북한은 1) 철저한 세뇌 교육과, 2) 여론 조종, 그리고 3) 반대자들에 대한 가차없는 숙청으로 북한 주민들을 김일성에게 맹종하는 인간 집단으로 만들었다.

2. 두 번째 신화 - 승리 신화

 

남북한 주민들 간의 또 하나의 차이는 한국전쟁에 대한 견해이다. 1950년 6월 25일 북한은 남한을 전격적으로 침공했다. 이것은 분명한 역사적 사실이다. 그러나 1953년 7월 28일 김일성은 북한 전역에 방송된 라디오를 통해 이렇게 주장했다. "미제국주의자들이 이승만 괴뢰 도당을 부추겨 일으킨 전쟁에서 조선 인민과 인민군은 영용하게 싸워 승리했다." 이같은 선전으로 말미암아 북한 주민들은 미국의 사주를 받은 남한이 북한을 침공했으며, 지금도 미제와 남한괴뢰가 호시탐탐 북침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오직 김일성의 위대한 영도에 의하여 조선 사람 자체의 힘으로 제국주의 연합군을 단호히 물리친 것으로 알고 있다.

1) 미국인 이미지

 

북한 당국은 이같은 날조된 (때로는 과장된) 역사를 기념관, 교과서, 영화 등을 통해서 선전하고 교육해서 미국에 대한 적대감을 불러 일으킨다.

2) 선교사 이미지

 

선교사는 가난한 조선 사람을 착취하기 위해 미제국주의자들의 내세운 스파이로 매도한다. 또 선교사는 마약과 같은 설교로 사람들의 의식을 마비시켜 돈을 빨아먹는 악한으로 교육을 한다. 북한은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기독교를 부정하고 말살하려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또 북한 당국은 북한에서 기독교가 소멸된 이유를 한국전쟁 당시 기독교인들이 저지른 비도덕적 언행 탓으로 돌린다. 특히 한국전쟁 당시 미국이 가한 폭격을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는데 십분활용하고 있다.

3) 긴장 조성

 

게다가 북한 당국은 지금도 미국과 남조선이 북한을 침략하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북한 당국이 자주 대내외적으로 긴장 국면을 조성하는 것은 바로 이같은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한 정치적 조작이다.

 

그렇다면 이같은 긴장조성을 통해 북한이 노리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팽팽한 긴장감을 지속시켜 북한주민들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것이다. 북한 지도부는 전쟁 위기를 조장함으로써 한 편으로 내부 결속을 도모하고 다른 한 편으로 불평과 불만을 무마시키려는 것이다. 따라서 이같은 사상교육과 통제훈련을 받은 북한 주민들은 절대적인 식량 부족으로 큰 어려움에 처해 있으면서도 그것을 통치자의 잘못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보다는 미제국주의자들의 침략에 대비해 국방에 많은 투자를 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미제국주의자들과 남조선괴뢰가 북한을 무력화시키려는 봉쇄 정책을 쓰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3. 세 번째 신화 - 낙원 신화

 

남북한 주민들 간에 또 하나의 차이는 남북한의 경제에 대한 견해이다. 그동안 북한 주민들은 지상낙원에서 산다는 환상 속에서 살아왔다. 물론 1980년대 이후로 북한의 경제 사정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이제 이 신화는 그 효력을 거의 상실해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적어도 60년대 말까지 북한 경제가 남한을 능가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먼저 북한은 1946년 토지개혁을 실시해 민심을 얻는다. 그 다음에 북한은 전후 경제재건에 성과를 거두었다. 북한은 주민들의 헌신과 사회주의 우방 - 소련, 독일민주주의공화국, 루마니아, 헝가리, 체코슬로바키아, 폴란드, 몽고 등 - 의 지원을 받아 전후 국가 재건에 나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다. 따라서 북한 주민들은 넉넉한 것은 아니지만 일본 제국주의와 미국 제국주의의 위협 속에서 북한에 지상낙원을 건설했다는 긍지를 가질 수 있는 나름대로의 근거를 마련했던 것이다.

 

북한의 경제 발전은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그대로 나타났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북한은 살기에 별 불편이 없는 나라였다. 배급도 넉넉했고 물건도 흔하고 값도 쌌다. 이같은 배경에서 “우리는 행복해요,” “세상에 부럼 없어라”는 구호가 등장하면서 북한의 지상낙원 신화는 형성된다. 짧은 기간동안만 지속되긴 했지만 자녀를 여럿 둔 가정에서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게 될 때 그 수에 맞추어 교복이 나오고 학용품이 나올 때 그 가정이 느꼈을 행복감을 상상해 보라.

 

그러나 60년대말을 분기점으로 해서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의 원조가 중단되면서 북한의 경제는 쇠락하기 시작했다. 특히 1970년대 김정일의 등장과 때를 맞추어 북한 경제는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1) 남한의 이미지

 

북한은 김일성의 통치로 낙원을 이루어 잘 사는 반면에, 남한은 미제의 억압 아래서 가난한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주민들은 남한 사람들은 헐벗고 굶주려서 광대뼈가 툭 튀어나왔으며, 아이들은 아침마다 게딱지 같은 하꼬방에서 깡통을 들고 나서고, 여자는 모두 양갈보가 되어 있는 것으로 철썩같이 믿고 있다.

2) 자본주의 이미지

 

북한은 자본주의 세상의 부패한 면들은 선전함으로써 북한식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계속 강조한다. 이를테면, 남북예술인 교환 공연을 위해 남한을 방문하는 예술인을 선발한 다음에 자본주의의 병폐상을 보여주는 영화을 보여주며 사상 교육을 시킨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은 자본주의 사회 하면 “놀고 먹으며 퇴폐적인 문화가 판치는 곳, 강도와 도적, 강간과 살인이 난무하는 곳,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가 상실되고, 인권이 유린되는 암흑의 사회”로 알고 있다. 따라서 바깥 세상에서 돌아가는 소식을 좀 아는 북한 지식인이 남한의 자본주의의 병폐를 지적하면서 흡수통일을 걱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3) 정보 통제

 

아무리 그렇지만 어떻게 북한 주민들은 매사를 부정일변도로 보는가? 북한 주민들은 철저한 정보 통제로 외부 세계와 자신들을 전혀 비교하지 못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 결과 북한 주민들은 자신들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안목이 없다. 그들의 비교 기준은 일제 시대나 한국 전쟁 때가 고작이다. 더군다나 외부 세계와 어떤 비교를 해 북한의 현실을 비판하다가는 즉시 수용소행이기 때문에 감히 그럴 엄두를 못낸다.

 

물론 근자에 들어와 외부 소식의 유입으로 의식이 깨어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남한은 미제의 발굽 밑에서 신음하고 있고 고층건물은 자본가들을 위한 몇 개 뿐이며 서울 시내에는 아직도 판자집이 가득하다고 믿고 있다.

4. 네 번째 신화- 통일 신화

 

자. 이제 마지막 신화가 남아있다. 마지막 신화는 무엇이겠는가? 만약 당신이 세 가지 신화에 세뇌된 북한 주민이라면 무엇을 하겠는가? 그것은 당연히 남한을 해방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미제국주의와 남한 괴뢰도당의 압제 아래 있는 불쌍한 남한 동포들을 구출하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이 방북한 남한 사람들이나 해외동포들에게 통일을 위해 힘써 달라고 간곡한 부탁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일성/김정일 부자는 지난 수십년동안 통일을 미끼로 북한 주민을 통치해 왔다. 김부자는 한 편으로 북한주민들로 하여금 통일을 열망하게 하고, 다른 한 편으로 미제를 증오하게 함으로써 온갖 불편을 감수하고 불만 없이 자신을 따르도록 만들었다. 또 북한 주민들은 미제국주의자들이 남한을 강제로 점령하고 있기 때문에 무력으로 통일을 이룰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또 최근에 들어와 북한 주민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는 절대절명의 상황에서 더 이상 참고 기다릴 수 없으며, 속히 전쟁을 해서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IV. 북한의 신화를 약화시키는 요인들

이제까지 북한 사람들의 세계관을 구성하고 있는 네 가지 신화들을 살펴보았다. 이 신화들이 북한 주민들에게 갖는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때 비로소 우리는 북한 사람들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신화들은 최근에 들어와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다. 북한의 경제 실패와 외부 정보의 유입, 그리고 통일이 지연되면서 신화의 효험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1. 경제 실패

 

무엇보다도 북한의 경제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실패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현재 식량과 연료와 의환의 삼무 현상으로 심각한 경제난에 봉착해 있다. 공업가동률이 20 퍼센트에 지나지 않고 중소기업은 멈추었다. 1980년대 말만 해도 북한의 식량 사정이 심각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와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1990년대 중반만 해도 평양, 황해도, 평안도 지방은 함경도, 자강도, 양강도 지방보다 조금 형편이 나았다. 하지만 1997년 5월부터는 아예 지역에 상관없이 북한의 전주민이 고난을 겪기 시작했다. 북한의 수도 평양이라고 예외가 없다.

 

지상낙원을 부르짖던 북한당국이 국제사회에 손을 내밀지 않으면 안될 만큼 북한의 현실은 참담하다. 자존심 강하기로 소문난 북한이 그것도 “도저히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철천지 원쑤”인 미국과 남한에 손을 벌릴 정도라면 어느 정도이겠는지 한 번 상상해 보라.

2. 외부 정부 유입

 

그동안 철저히 통제해왔던 외부의 정보가 북한 사회에 활발하게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외교관, 유학생, 무역일꾼, 재소임업 노동자, 조선족 보따리 장수, 방북 해외 교포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외국의 소식이 북한 주민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게다가 식량난으로 주민들의 이동이 자유로와지면서 북한 내부에서 정보 유통이 빨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주민들이 이동이 엄격히 통제되었으나, 이제는 먹고살기에 바빠 웬만하면 눈감아주는 형편이 되었다.

 

또 물건을 사고 파는 자본주의적 형태의 사설 시장인 장마당이 허용된 것도 북한 내의 정보 유통에 일조하고 있다. “당에 정책이 있으면 우리에게는 대책이 있다”는 말이 시사하는 것처럼, 1990년대 들어와 배급체계가 붕괴되고 생필품을 공급받지 못하면서 우후죽순격으로 장마당이 등장하게 되었다. 이곳 저곳 다니며 물건을 갖다 파는 시장 메커니즘으로 말미암아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정보들이 북한 내에서 활발히 유통되고 있다. 장마당을 통해 많은 북한 주민들이 외부 세계에 대한 소식을 접하며, 또 북한을 탈출하는데 필요한 정보와 물품을 구하기도 한다.

3. 통일의 지연

 

오랫동안 입버릇처럼 외치던 통일이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은 이제 지칠대로 지쳐서 “콱 전쟁이나 일어났으면...”하고 말한다. 북한주민들은 이판사판이라는 심정에서 무언가 변화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한 처지에 놓여 있다.

V. 북한사회의 동요 현상

북한의 경제가 실패하고 외부 정보가 유입되며 통일이 지연되면서 북한사회는 해가 갈수록 불안정해지면서 여러 가지 동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80년대부터 심화되기 시작한 부정부패 현상, 80년대 말과 90년대초부터 여기저기서 등장하기 시작한 미신 행위의 증가 현상, 90년대 중반 이후 벌어지기 시작한 아사자의 속출 현상과 탈북자의 증대 현상, 그리고 최근의 민심이반 현상 등 북한 사회의 기반이 매우 크게 흔들리고 있다.

1. 부정부패의 만연

 

현재 북한 사회에는 뇌물 수수와 절도가 사회 전반에 걸쳐 행해지고 있다. 뇌물 수수와 절도는 1970년대만 해도 없었던 사회 현상이다. 이같은 현상은 물자 부족이 만성화되면서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오늘날 북한은 “한 걸음 발을 옮기는 데에도 돈이 드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2. 미신 행위의 증가

 

점을 보고 굿을 하는 등 미신 행위가 크게 유행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이 그전에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부터 여기저기서 많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과거 북한당국은 이같은 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당에 대한 충성심이 약하며 사상적으로 동요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처벌하고 금지시켜 버렸다. 하지만 사회가 불안해지면서 무엇에서든지 위로를 받아보려는 북한 주민들 가운데 이같은 미신 행위가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질병이 만연하면서 사람들이 더욱 점쟁이를 의존하게 되었다. 병원을 찾아가 봐야 약도 없고 제대로 도움을 받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일반주민들과 당간부들은 물론이요 최고권력층 주변까지도 미신이 침투해 있다.

3. 아사자의 속출

 

식량난이 북한 전역에서 심화되면서 인심이 더욱 각박해지기 시작했다. 이웃과 친척 간에 상부상조하는 미덕이 사라졌으며, 사기와 협잡, 강도와 살인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장마당에 나가면 물건을 파는 사람보다 남의 물건을 빼앗는 놈이 더 많다.

 

급기야 최근에는 북한의 여러 지역에서 아사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1994년부터 식량난으로 주민들이 굶주리기 시작했지만 무더기로 굶어죽는 일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1995년에 들어와서 상황은 급속히 악화되었다. 갑작스런 식량 배급 중단 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사람들이 영양실조와 질병으로 여기저기서 쓰러져갔다. 우리민족서로돕기불교운동본부의 조사에 따르면, 1995년에서 1998년 9월까지 북한 인구 가운데 약 3백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형편이 이렇다 보니 이제 북한에서는 사람을 잡아먹는 일도 흔한 일이 되어 버렸다. 보고되는 사례는 "우째 이런 일이..."라는 탄식이 절로 나올 정도로 참혹하기 이를데 없다. “굶어죽고, 맞아죽고, 병들어 죽으니 북한땅에서는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보다 못하다.”

4. 탈북자의 증대

 

북한주민들은 북한을 떠나 다른 나라로 가는 것을 조국을 배신하는 배은망덕한 행위로 치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식량난은 수많은 북한주민들을 중국으로 내몰고 있다. 현재 수많은 북한 주민들이 가족들이 먹고살 식량을 찾아, 또는 자신이라도 죽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본능적으로 북한을 탈출하고 있다. 북한 내부의 식량 사정이 최악인데다가, 두만강의 강폭이 좁아 도강을 하기가 비교적 수월하며, 국경을 지키는 경비대마저도 부패하기는 마찬가지여서 돈만 주면 국경을 넘나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국경경비대의 경우, 제대할 때 북한돈 10만원을 만들어 나가지 못하면 머저리라는 말을 한다. 게다가 개방을 한 중국 경제가 몰라보게 좋아졌다고 소문이 난데다가, 조선족들이 탈북동포를 돕는 일을 마다하지 않아 많은 북한 주민들의 탈출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5. 민심의 이반

 

김일성 사후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북한주민들의 불만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과거에 북한주민들은 극심한 통제와 감시 때문에 불만을 털어놓거나 비판하는 일을 삼갔다. 하지만 이제는 가까운 친구나 동료, 친척들에게 김정일과 북한 체제, 특히 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

 

최근에는 한 해가 다르게 인심이 악화되고 있다. 1994년 김일성 사후가 다르고, 1995-96년 아사자가 대량으로 발생한 이후가 다를 정도로 요즈음 북한주민들의 의식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1993년까지 북한 주민들의 정치의식은 높았으며, 입당에 대한 열기도 여전했다. 하지만 1994년 식량난이 악화되면서 북한 주민들의 의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해부터 “살기도 바쁜데 입당하래도 걱정”이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으며, 최근 97-98년에는 “옥수수 한 가마니를 갖겠는가? 아니면 입당을 하겠는가?” 하고 물으면 옥수수를 선택할 정도로 민심이 확연하게 달라졌다. 이제 사람들은 컽으로는 북조선 만세를 부르지만, 속으로는 김정일에 대한 원망과 불만이 가득하다. 그래서 하는 말이 있다. “입술에는 꿀이 있고 배속에는 칼이 있다.”

 

북한 주민들은 특히 당간부들에 대한 불만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가난한 노동자와 농민은 굶어죽는데 당간부들은 호의호식하는 현실에 주민들의 원성이 하늘에 사무친다. 북한 체제 유지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보위원과 안전원에 대한 불만도 극에 달해 있다. 게다가 최근에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죽으면서 김정일에 대한 불만이 마침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김일성에 대해서는 아직도 숭배하며 나쁜 말을 하지 않지만, 김정일에 대해서는 그가 나와 정치를 맡으면서 못살게 되었다고 노골적으로 불평한다.

VI. 북한 지도부의 대응

이같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북한 지도부가 속수무책으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법이다. 북한 지도부는 나름대로 이같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지략을 짜내고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1. 강압적 대내통제

 

북한 지도부는 한 편으로 물리적 통제를 강화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정치적 선전을 강화하면서 채찍과 당근이라는 강온양면전술을 쓰고 있다.

1) 통제 강화

 

북한 지도부는 대내적으로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심각한 경제난으로 외국의 원조를 받기 위해 외부 인사들에게 주민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수해지역을 어쩔 수 없이 공개하고 있지만, 주민들에 대한 통제는 더 강하게 하고 있다.

2) 선전 강화

 

대내선전도 한층 강화하고 있다. 한 편으로 북한 지도부는 심각한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북한이 지상낙원이라고 신문과 방송을 통해 선전을 계속하고 있다. 다른 한 편으로 북한 지도부는 북한의 경제가 어려운 것은 여전히 미제의 침략에 대비한 과도한 군사비 투자 와 미제의 경제봉쇄와 자연재해 때문이라고 강변한다.

3) 체제수호 논리 개발

 

사회주의권 국가들의 연이은 몰락으로 큰 충격을 받은 북한 지도부는 각종 체제수호 논리를 개발하는데 안간힘을 다 쏟고 있다. 러시아는 수정주의를 표방하다가 몰락했다고 비난하면서 “우리식 사회주의”의 우월성과 “우리식 사회주의”의 고수를 강조한다. 중국의 경우, 개방을 한 결과 과거에 비해 소수의 사람만 잘 살고 대다수 사람들은 더 가난해졌으며, 따라서 곧 붕괴될 것이라고 선전한다.

 

북한지도부는 대내결속을 강화하기 위해 각종 체제수호 논리들 - 조선민족제일주의, 사회정치적 생명체론 등 -을 속속 개발해내고 있다. 그러다가 최근 경제난이 파탄지경에 이르자 북한 지도부는 강성대국론(强性大國論)을 제창하고 나왔다. 대내외적으로 나라는 작고 경제는 어려워도 총대가 강하면, 다시 말해 사상, 정치, 군사면에서 강하면 세계가 무시못하는 강대국이 될 수 있다고 선전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자존심을 부추긴다.

4) 책임 전가

 

북한 지도부는 경제실정의 책임을 당간부들에게 전가한다. 당중앙(즉 김정일)에서는 위기 타개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중간 간부들이 부패하고 무능해서 난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지도부가 유력한 당간부들을 부정부패라는 명목으로 자주 숙청하는 저의가 여기에 있다.

2. 제한적 대외개방

 

북한 지도부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방이 불가피함을 잘 알고 있다. 김일성도 사망직전 한국 자본의 유입을 경계는 하되 경제 개방은 해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고위층, 특히 정무원 (내각) 간부들 대부분과 무역일꾼들도 북한이 개혁, 개방을 할 수 밖에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또 일반 주민들은 주민들대로 개방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지도부는 개방으로 외부의 소식이 밀려들어오면 북한체제의 허구가 만천하에 탄로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개방을 하면 “21세기의 태양 김정일 장군”이 민족의 성산인 백두산이 아니라 러시아에서 태어났으며, 한국이 헐벗고 굶주리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야말로 아프리카보다 못한 거지 나라, 머저리 국민이 되었으며, 가까운 친척들이 강제노동수용소나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가 비참하게 죽어간 사실이 알려질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앞으로 어떤 시련과 위기가 닥쳐와도 개방과 개혁을 추진할 수 없는 곤경에 처해있다.

3. 위협적 외교

 

북한은 언제나 군사력을 강화하고 전쟁위기를 조성하면서 북한 내부를 통제하고 주변국가들을 위협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체제관리가 취약해지거나 정권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을 때, 그리고 대서방 접근에서 기대한 만큼 소득을 거두지 못할 때 북한 지도부는 곧잘 위기를 조성해 사태를 긴장국면으로 몰고 간다. 이를테면 북한의 핵무기나 화학무기가 문제가 될 때마다 북한 지도부는 “우리는 핵무기를 만들 필요도 능력도 없다”고 능청을 떨다가도 “그러나 조선전쟁이 일단 터지는 때는 그것은 급속히 열핵전쟁으로 넘어갈 것이다. 그때는 조선의 남북은 잿더미로 되고 일본과 미국도 무사치 못할 것이다”라고 협박을 일삼는다. 최근에 북한이 선보인 외교 행보도 동일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4. 최후의 대책

 

북한 지도부 인사들은 하나같이 북한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당과 보위부의 고급일꾼들과 인민군의 초급 장교 모두 북한 체제에 대해 회의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다만 컽으로 표현을 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1989년 동구권 국가들과 소련이 붕괴하면서 북한체제가 붕괴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심화되었다. 북한의 지도부 인사들은 오래 전부터 북한의 붕괴를 내다보고 달러를 모으며 도피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일도 모든 일이 여의치 않을 경우 망명할 준비를 갖추어 놓았다.

북한의 내부 현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북한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같다. 북한은 그동안 몰라보게 변했으며, 지금도 급속하게 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엄청나게 변할 것이다. 혹자의 말처럼, 이제 “북한은 사과와 같다. 겉은 빨갛지만 속은 하얗다.” 한국 교회는 이제 북한의 급변화를 신속하게 간파해 선교의 가능성을 극대화하고 그 기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지혜와 용기가 절실히 필요한 역사의 중요한 시점에 와있다. 통일한국의 철마는 이미 달리기를 시작했다. “너희가 천지의 기상은 분변할 줄을 알면서 어찌 이 시대는 분변치 못하느냐”(눅 12:56).

VII. 월남자 면담

북한주민들에게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전도 지침을 만들려면 그들을 대상으로 실제로 전도한 다음에 그 경험을 분석하고 종합하여 기본원리를 제시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필자는 북한주민들을 대상으로 직접 전도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가질 수가 없었다. 그 대신 필자는 월남하여 교회를 다니고 있는 북한주민을 심층면접하여 그들의 회심과정을 조사하고 그 다음에 그 과정을 분석하고 종합하여 북한주민들에게 효과적이고 적절한 전도 지침을 제시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필자가 조사한 월남자는 총 11명으로 평균 2-3시간 정도 면담을 했다. 면담자 가운데 홍XX(여덟번째 기록)는 사정상 직접 만날 수가 없어서 그가 쓴 수기와 동생 홍XX의 도움을 받아 간접적으로 회심 과정을 정리했으며, 최XX(아홉번째 기록)의 경우에도 직접 면담을 하지 못하고 그녀의 간증 집회에 참석해 회심 과정을 듣고 정리했다. 또 정XX는 지방에서 생활하는 관계로 서면으로 면담을 했다.

VIII. 북한주민 전도 지침

이제까지 북한주민들의 세계관과 월남자들의 회심 과정을 살펴 보았다. 여기에서는 이같은 연구조사를 근거로 해서 북한주민들에게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기본 지침을 제시하고자 한다.

1. 희생적인 사랑을 실천하라.

 

무엇보다도 먼저 북한주민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사랑을 나타내 보여야 한다. 북한주민들은 사랑에 굶주려 있으며, 또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에 처해 있다. 따라서 이같은 기회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북한주민들에게 사랑을 베풀 때 그들의 마음문이 복음의 주장에 대해 활짝 열리게 될 것이다.

 

특히 북한 주민들이 종교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갖고 있는 까닭에 그리스도인들이 희생적인 사랑을 통해서 기독교의 본질인 사랑과 복음의 능력을 실제로 나타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스도인의 순수하고 이타적인 삶은 얼어붙은 북한주민들의 마음을 녹이는 “사랑의 원자탄”이 될 것이다. 더군다나 북한주민들이 공허한 말에 매우 식상한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사랑의 실천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2. 신의 존재와 창조를 논리적으로 설득하라.

 

북한주민들은 다양한 종교와 사상이 용인되고 공존하는 다원주의 사회가 아닌 폐쇄된 공산주의 사회에서 자랐다. 즉 그들은 유물론과 진화론, 즉 무신론적 사상 교육만을 받았다. 그 결과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북한주민들은 신의 존재를 부인하고 부정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북한주민들이 종교인들을 만났을 때 처음에 던지는 질문이나 의문은 대부분 신의 존재에 대한 것들이다. 북한 사람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많은 월남자들이 북한에서 받은 유물론 사상 교육 때문에 짧은 기간에 마음을 바꾸고 하나님에 대한 신앙을 갖는 것이 쉽지 않다고 고백하고 있다.

 

북한 사람들이 신봉한다는 주체사상은 기본적으로 인간중심의 세계관으로, 인간이 자신의 운명의 주인이요, 세계의 주인이자, 우주의 주인이라고 주장한다. 간단히 말해 주체사상이란 자기 운명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며 자기 운명을 개척할 수 있는 힘도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사상이다. 다시 말하여 혁명과 건설의 주인은 인민대중이며, 혁명과 건설을 추동할 수 있는 힘도 인민대중에게 있다는 사상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주체사상은 “인간은 가장 발달된 물질”이라고 주장함으로 유물론적 입장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북한사람들이 그동안 철저하게 세뇌교육을 받아온 주체사상은 기본적으로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유물론적 사상이자 인간의 자주성을 강조하는 인본주의 사상이라 하겠다. 그 결과 모든 북한주민들이 주체사상의 논리를 정확히 알고 동의하거나 신봉하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주민들은 사람이 모든 것의 주인이며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의식을 잠재적으로 갖고 있다.

 

또 이와 같은 맥락에서 북한 사람들은 죽으면 잘 때와 똑같이 아무 생각이 없고 끝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부모가 준 육체적 생명과 달리 수령이 주는 사회정치적 생명을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기는 것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인다. 따라서 긍정적인 면에서 볼 때 북한에 개인의 이익보다 집단의 이익을 강조하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고 타인을 위해 희생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또 부정적인 면에서 볼 때 북한주민들은 살아남은 가족들의 안녕과 출세를 위해 죽는 순간까지도 불평불만을 말하지 않고 마음 속에 그대로 한을 품고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요즈음과 같이 세상이 험악해지면서 북한 주민들은 죽은 양반 산 개만도 못하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따라서 유물론적/인본주의적 사상에 세뇌된 북한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하려면 먼저 그들에게 하나님의 존재와 천지창조를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사영리나 전도폭발과 같은 전도방법은 기본적으로 신의 존재를 전제하고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신의 존재를 부인하는 북한 주민들에게는 좀 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그리고 효과적으로 변증을 하기 위해 우리는 북한주민들이 그동안 북한에서 어떻게 유물론/진화론적 입장에서 교육을 받아왔는지 추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 추적 작업을 통해서 우리는 북한주민들에게 적절한 설득력있는 변증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변증을 하는 과정에서 그 전(前)단계로 북한주민들에게 종교의 신비와 능력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남북한 주민들의 일상 생활을 비교해 보면 의외로 많은 접촉점들을 찾을 수가 있다. 중국 유학생 출신 홍금수가 서기년도가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해를 기점으로 한 연도계산법이라는 것을 알고 북한교육의 한계를 절감하고 종교에 관심을 가진 것이 그 좋은 예이다.

3. 정치와 이념을 갖고 논쟁하지 말라.

 

북한주민들이 남한의 발전상을 접하게 되면서 기존의 신념에 대해 회의를 품고 기독교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하지만 북한 사람들에게 남한의 경제적 발전이나 정치적 민주화를 소개하다가 도가 지나쳐 북한의 체제를 지나치게 부정하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러다 보면 예수 그리스도를 소개하고 복음을 전하기보다 남북한 체제 논쟁으로 북한주민들의 마음을 경색시킬 위험이 많다. 물론 남한이 정치경제적으로 발전한 것은 분명 사실이다. 굳이 남북한의 삶의 질을 비교해서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면 남한이 우위에 있음을 부인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남한 사회에 많은 모순과 비리가 존재함을 부인할 수 없다. 물질만능주의와 빈부의 격차, 도덕적 부패와 성적 문란, 개인주의와 집단이기주의 등 각종 병폐와 죄악들이 남한 사회에 엄연히 현존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북한은 미쳤고 남한은 썪었다”는 한 월남자의 날카로운 지적처럼, 하나님의 기준에서 볼 때 남북한 사회 둘 다 문제가 많다.

 

게다가 김일성에 대한 평가나 한국전쟁의 기원, 경제체제와 미국에 대한 입장 등 남북한 주민들 가운데 견해가 다를 수 있는 여지가 많은 문제들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김일성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생각을 살펴보자. 현재 북한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우면서도, 남한에 있는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여전히 김일성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심지어 중국에서 만난 한 탈북자는 요즈음 북한에서는 김일성 주석이 생존해 있을 때 북한 인민들이 제대로 김일성 주석을 보필하지 못해 경제난이 온 것은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물론 앞의 말에 과장된 점이 있긴 하지만, 현재 북한주민들이 김정일을 욕하고 비판은 해도 김일성에 대해서는 나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또 남한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한 월남자들도 김일성을 무조건 비판하거나 부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한국 전쟁과 관련해서도 북한 주민들은 남한 사람들과 생각이 많이 다르다. 월남자들 가운데에는 그동안 남북한 당국이 체제유지와 선전의 차원에서 자주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남침과 북침 가운데 어느 입장이 옳은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심지어 남한의 친구와 이 문제를 놓고 논쟁을 하다가 “북한이 남침한 것을 네 눈으로 직접 보았느냐?”고 쏘아부친 적이 있다고 말한 월남자도 있었다. 또 북한이 먼저 남침한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북한 사람들이 전쟁을 통해 겪은 고통과 아픔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우리는 남북한의 과거사나 체제를 놓고 이야기를 하다가 본의 아니게 정치와 이념 논쟁에 빠져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우리의 사명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거하는 것이지 어떤 특정한 정치경제체제를 전파하는 것이 아님을 명심하자.

4. 북한주민들의 필요에 맞는 적절한 메시지를 전하라.

 

북한주민들에게 전도할 때 하나님의 존재를 변증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아야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천지를 창조하신 그 하나님이 오늘도 살아계셔서 북한주민들의 문제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해결하실 수 있는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북한 사람들의 필요를 채우고 수준에 맞는 능력있는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실제로 많은 월남자들이 기독교로 회심하거나 신앙적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하나님의 능력있고 적절한 말씀을 접한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에 오긴 했지만 집도 돈도 연고도 없어 미래를 걱정하던 이십대의 한 여성 월남자는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내가 네게 지시할 땅으로 가라”(창 12:1)는 말씀과, 자신의 처지와 똑같이 우상을 숭배하던 집안에서 태어나 친척도 없고 배운 것도 없었지만 예수님을 믿고나서 모든 일이 잘 풀렸나갔다는 어느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면서 하나님의 위로와 인도를 받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또 1999년 2월 식량을 얻으러 칠십이 다된 노구를 끌고 십년만에 중국의 친척집을 찾아온 한 노파는 북한이 헐벗고 굶주리는 재앙을 당하게 된 것은 하나님을 믿지 않기 때문이라는 한국인 선교사의 말을 듣고는 속히 북한으로 돌아가 사람들에게 북한이 하나님을 믿어야 살 수 있다는 말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또 북한에 두고온 어머니와 친지들이 해를 입지는 않을까 괴로워하며 잠을 못이루던 월남자 강명도는 1994년 10월 처음 나간 교회 예배에서 듣게된 "뒤돌아보지 않는 인간의 삶“이란 제목의 설교에서 큰 감명을 받았다. 인간이 자기가 진 죄를 생각하고 뒤만 돌아보면서 끝없는 자책감에 빠져 있으면 좌절과 절망으로 인해 그 영혼은 하늘 나라에 갈 수 없으며 따라서 사람은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가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강명도는 이 설교가 하나님이 자신에게 내민 구원의 손길이 되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 설교를 듣고부터 자신의 모든 것을 하나님께 내어맡기고 부모형제들을 위해 하나님께 매달려 기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따라서 앞으로 북한주민들의 필요에 맞는 적절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북한사람들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알아야 하며, 또 그들이 처한 상황이나 수준에 들어맞는 하나님의 말씀을 언제든지 찾아낼 수 있도록 성경과 신학에도 정통해야 한다.

5. 하나님의 사랑과 능력 및 성령의 충만함을 개인적으로 체험하게 하라.

 

유물론적/인본주의적 교육을 받은 북한 주민들에게 하나님의 존재를 논리적/과학적으로 변증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된다. 능력있는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통해 북한주민들을 향한 하나님의 음성을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바로 그 성경을 통해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능력을 삶을 통해 체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체험만 갖고 충분하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체험은 기독교로 회심하거나 신앙이 성장하는데 필요하며 때로는 매우 유익하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 북한주민들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다. 북한을 탈출하여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했을 때 많은 북한주민들이 하나님께 매달려 간절히 기도하고 기적적으로 응답을 받으면서 하나님의 사랑과 능력을 체험하였다. 더구나 북한주민들이 오랫동안 김일성/김정일 부자에게 속아온 점을 감안할 때, 북한주민들은 보통 남한 사람들보다 하나님의 사랑과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좀더 강렬한 체험이 필요하다. 우리는 “살아있는 김일성에게도 감쪽같이 속았는데, 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믿으란 말인가?”라고 반문하는 북한주민들의 처연한 심정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보이는 것은 믿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절대로 믿을 수 없다던 북한 의사 출신 김만철이 기독교에 관심을 갖고 나중에는 가족이 다 교회에 나가게 된 것도 영적 세계를 체험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정신여고에 다니던 딸 김광옥에게 예수님께서 성화의 모습 그대로 두 번씩이나 나타나시면서 김만철은 영적 세계에 점차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또 광옥이가 거실에서 잠만 자면 가위에 눌려 혼비백산하여 깨어나곤 했는데 이때 김만철은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런데 광림교회의 김순애 권사와 이진란 속장이 김만철의 집에 가득한 목탁, 동자상, 염주, 묵주, 및 각종 종교서적들을 치워버리면서 악령의 역사가 사라지게 된 것이었다.

 

게다가 교회의 예배와 북한의 집회가 형식상 매우 유사한 점을 고려할 때, 북한주민들이 성령의 충만함을 개인적으로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월남자들이 교회를 방문하면 하나같이 놀라고 당황해 할 정도로 교회와 북한 사회는 형식이나 분위기면에서 유사한 점이 매우 많다. 하나님의 말씀 대신에 김일성의 교시가 있고, 찬송 대신에 김일성 찬가가 있고, 회개 기도 대신에 자아비판이 있고, 아멘! 할렐루야! 대신에 만세가 있고, 헌금 대신에 맹비가 있고, 십계명 대신에 유일사상 체계확립의 십대원칙이 있고,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 대신에 수령, 당, 대중의 삼위일체가 있고, 경건의 시간 대신에 아침 독보회 시간이 있다. 게다가 북한에서 김일성과 김정일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들도 기독교와 매우 유사하다. 북한에서 발표된 글이나 노래를 살펴보면 영생, 사랑, 구세주, 믿음과 희망, 기쁨과 감사, 낙원, 죄의식같은 용어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북한 주민들에게 복음을 증거하려면 교회가 무엇보다도 성령이 충만한 역동적인 신앙공동체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북한주민들이 예배당에 들어와 하나님의 임재와 평안을 느낄 수 있고, 목사의 설교를 통해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으며, 찬송을 부르면서 기쁨이 넘쳐야 하고, 기도하면서 성령의 인도하심을 체험할 수 있어야 하며, 성도들과의 만남을 통해 참 사랑을 맛볼 수 있어야 한다.

6. 새로운 사회 생활에 적응하는 것을 실제적으로 도우라.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 온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면서 많은 갈등과 좌절을 겪는다. 한 월남자가 말한 것처럼 남한에 도착한 날이 그의 새로운 생일이 되다보니 몸만 어른이지 실제로는 어린아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생활 수준과 문화가 북한과 매우 다르기 때문에 월남자들은 모든 것을 새롭게 배우지 않으면 안된다. 남한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어떤 월남자는 남한에 와서 처음 얼마동안은 지정된 약속 장소를 찾아가는데 하루를 다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게다가 북한에서 쌓은 경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때 북한 사람들이 겪는 좌절은 클 수 밖에 없다. 그런데다 남한 사람 가운데 누군가가 시간을 내어 친절하게 월남자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문제를 해결해주면 좋겠는데 아직까지 그같은 사회적 지원망이 충분하게 확보되지 못한 현실이다.

 

따라서 적지 않은 월남자들이 북한을 탈출해 한국으로 오는 과정에서 말로 다할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하고 놀라운 기적을 체험하면서 하나님에 대한 신앙을 갖게 되지만, 막상 한국에 와서 적응하는 과정에서 그 신앙이 온전히 자라지 못하고 동요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주변에 있는 한국 사람들의 생활과 자신을 찬찬히 비교할 기회를 갖게 되면서 월남자들은 물질에 대한 원초적 욕망과 열등의식을 품게 되고 심각한 가치관의 혼란과 정체성의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은 월남자들이 새로운 한국 사회 생활에 잘 적응해 자립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실제적인 도움을 지속적으로 베푸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할 경우 월남자들의 신앙은 가시떨기에 떨어진 씨와 같은 신세가 되고 말지도 모른다.

IX. 북한선교를 위한 거대 전략의 방향성

여기에서는 마지막으로 한국 교회가 지향해야 할 북한 선교를 위한 거대 전략의 방향성을 간략하게 제시하고자 한다.

1. 복음을 전하는 것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북한 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극심한 식량난으로 현재 북한 주민들이 매우 큰 곤경에 처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북한 주민들에게 식량을 지원하는 일이 화급하며 또 지금보다 더 많은 식량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주민들을 구제하는 일과 함께 복음을 전하는 일에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1995년 이래 각종 비정부기구들을 통해 인도적 지원이 계속되었지만 수많은 북한 주민들이 죽어나간 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구제와 함께 구령의 문제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 사람이 무엇을 주고 제 목숨을 바꾸겠느냐”(마 16:26)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우리는 북한의 식량난에 충격을 받아 영혼 구원의 중요성과 절박성을 한시라도 망각하지 않아야 한다. 또 북한 주민들이 복음을 받아들이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기만 하면 믿음과 기도로 작금의 위기를 타개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하게 된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요 1:12). 따라서 우리는 북한 주민들을 구제하는 일과 전도하는 일을 병행해 나가야 할 뿐만 아니라, 가능하면 구제를 해도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2. 북한주민들을 만날 수 있는 관계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한국의 그리스도인으로서 북한 주민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특히 심각한 경제난에 처해 어쩔 수 없이 외부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북한의 입장을 십분활용해 나가야 한다. 물론 쉽고 간단한 일은 아니지만 꾸준히 인내하면서 북한주민들과 만나는 기회를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몸소 실현하면서 직간접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봉수교회와 칠골교회의 예배에 참석하는 자들이 동원된 사람들이긴 하지만 그같은 기회를 통해 복음을 전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타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또 경수로 건설 지원과 남북경제협력과 같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접촉하게 되는 북한 주민들도 간과할 수 없는 선교의 대상으로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북한은 워낙 폐쇄된 사회요 거짓이 난무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외부와의 사소한 접촉을 통해서도 북한주민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민감한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명심하자.

 

물론 아직까지 남과 북이 대립되어 있는 상황인지라 북한 주민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합법적 또는 비합법적으로 북한 주민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점차 늘어가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이같은 기회(크로노스)를 북한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기회(카이로스)로 보는 적극적인 의지와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3. 복음에 대한 수용도가 높은 북한주민들에게 선교 활동을 집중해야 한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모든 북한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사랑을 베푸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복음에 대한 수용성이 높은 북한주민들에게 사역을 집중하는 전략적인 배려도 중요하다. 이 점에서 현재 중국으로 넘어온 탈북자 선교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그들은 몸과 마음이 다 지친 상태에서 새로운 생존의 가능성을 찾아 필사적인 각오로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이기에 복음에 대한 수용성이 매우 높다. 한국 교회가 그동안 개인과 기업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탈북자들을 도와주곤 했지만 앞으로 중국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 선교를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탈북자들이 국제법상 난민으로 신분을 인정받아 자유롭게 외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다방면의 외교적, 정치적, 사회적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탈북자들이 국제법상 난민으로 인정을 받아 한국의 민간 단체와 교회가 자유롭게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만약 현실적으로 한국측이 직접 나서서 탈북자를 돕는 것이 어렵다면 제3자인 국제기구 등이 개입해 탈북자들을 위한 수용소나 피난 시설을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외교 활동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최근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북한난민보호 유엔청원 기독교서명운동을 전개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조치라고 하겠다.

 

아울러 탈북자 선교 차원에서 현재 침체일로에 있는 연변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연변 지역의 경제가 활성화되어야 조선족의 생활이 향상될 것이고, 그래야 그들이 더 많은 북한주민들을 중국으로 끌어내며, 또 북한에 있는 친척들을 실제적으로 도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 거창한 북한구제보다 사람과 사람이 교류하는 것과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입소문이 훨씬 더 효과적인 선교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교적 비전을 갖고 있는 한국 그리스도인 기업가들이 연변 지역에 보다 많은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또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탈북자에 비해 그 수는 얼마 되지 않지만 한국에 온 월남자들에게도 전략적인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그들은 한국에 온지 얼마되지 않아 새로운 가치와 문물에 대해 개방적인데다가 아직 한국 사회의 부정적인 면에 노출이 되지 않아 복음에 대한 수용도가 매우 높은 상태에 있다.

4. 북한에 대한 무지와 편견에서 벗어나도록 기독교인들을 교육해야 한다.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통일을 맞이하고 북한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하려면 먼저 그들을 마음과 정성을 다해 사랑해야 한다. 하지만 그리스도인들 가운데 북한을 잘 모르거나 왜곡된 편견에 사로잡혀 북한주민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많은 월남자들이 남한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무지한 현실을 통탄해 마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남한 사람들이 북한 사람들에 대해 관심과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인권을 유린하는 북한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여러 국가들을 다녀본 강철환은 외국 사람들이 북한의 인권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는데 비해 남한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다고 통탄하면서 그 차이가 남한 사람들의 마음자세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고 따금한 일침을 놓는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상태에서 통일이 될 경우 자칫 잘못하면 남북한 주민들 간에 적지않은 긴장과 마찰을 불러 일으킬 소지가 많다. 북한 사람들은 북한 사람들대로 역사관과 가치관의 혼란을 겪으면서 동시에 새로운 체제에 적응해야 하는 고통을 겪을 것이며, 남한 사람들은 남한 사람들대로 북한 주민들을 포용하는 문제로 이념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갈등을 겪게 될 것이다. 또 남북한 주민들이 상호작용하게 되면서 새로운 문제들이 다수 발생하게 될 것이다. 남북한 간의 지역갈등, 남북 간의 빈부 격차, 남북 간의 대규모 사회이동으로 발생되는 난민, 주택 및 범죄 문제, 남북 간의 문화적 차이, 소유권 분쟁 등으로 남북한 주민들 간에 적지 않은 갈등과 분쟁이 예상된다.

5. 북한선교를 위한 기도가 강조되어야 한다.

 

월남자들 가운데 하나님에 대한 신앙을 갖게 된 사람들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그것은 누군가가 그들을 위해 오랜 기간동안 중보 기도를 했다는 것이다. 아니면 북한을 탈출해 한국으로 오는 과정에서 위기를 만나면서 본인들이 개인적으로 놀라운 기도의 체험을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 역사의 중요한 이 시점에서 한국 교회는 북한 선교를 위한 기도 운동을 일으켜 나가야 한다. 남북통일의 시기에 대해 논란이 많지만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께서 남과 북의 정치적 통일은 물론이요 영적 통일이라는 놀라운 계획을 갖고 계시다는 믿음을 갖고 하나님의 보좌 앞에 나아가 담대한 기도를 올려야 한다.

 

특히 북한을 영적인 차원에서 관찰할 때 북한을 위한 중보기도가 더욱 절실하게 필요하다. 북한은 단순한 공산주의 독재국가가 아니다. 1994년 김일성이 죽었을 때 북한 주민들이 보인 반응에서 엿볼 수 있는 것처럼, 북한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사이비 종교 집단과도 같다. 우리는 사탄이 사람들을 지배하기 위하여 정치적 지도자들이나 사회 제도들을 교묘히 이용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같은 맥락에서 볼 때 1972년 김일성의 예순번째 생일을 기념해 평양시와 대동강을 굽어보는 만경대의 높은 언덕에 세운 높이 이십미터가 넘는 김일성 금박 동상은 영적인 차원에서 매우 의미심장하다. 그 동상이 단순히 한국 역사상 전무후무하게 큰 높이 이십미터의 대형 동상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동상이 서있는 자리가 일본 점령 시절 일본 천황들을 모시기 위해 일본 사람들이 세운 신사가 있던 바로 그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사탄은 김일성 부자를 이용해 북한주민들이 살아계신 참되신 하나님을 섬기지 못하도록 강하게 역사해 왔다. 김일성 부자는 북한주민들이 하나님을 예배할 수 있는 자유를 박탈했을 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인격과 가정과 모든 사회적 관계를 철저히 파괴시켜 왔다. 북한의 문화가 철저하게 김일성이라는 한 인간의 구미와 수준에 맞추어 발전해 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이제 북한은 김부자가 지은 죄악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나라가 도탄에 빠지고 주민들이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참담한 지경에 이르렀다. 처음에 사람들을 미혹시켜(deception) 얼마동안 자기 뜻대로 지배하다가(dominion) 나중에 가서는 파멸시켜버리는(destruction) 마귀(Demon)의 전형적인 수법에 북한은 철저하게 놀아난 것이다. 그러므로 남북통일과 북한선교를 준비하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무엇보다도 먼저 김부자 이면에 숨어 역사하고 있는 어둠의 세력을 통찰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점에서 주목할만한 사실은 김일성의 부모가 기독교인이요 외가는 대대로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었으며 김일성 역시 어린 시절 주일학교에 다녔다는 것이다. 1992년 미국의 빌리 그래함 목사가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 김일성은 자신이 어린 시절 교회에 나간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한다. 이같은 사실에 비추어 볼 때 한국 교회가 오늘날 북한이 처한 참상과 관련하여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아울러 동유럽과 중국과 같은 공산권 국가와는 달리 북한에서 기독교회가 철저하게 소멸된 배경도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 해방 직전 기독교회의 부끄러운 변절의 역사와 해방 직후 기독교회가 정치 활동의 전면에 나선 일, 그리고 한국전쟁 당시 기독교 지도자들과 기독교인들의 행태 (교계 지도자들의 남하, 기독청장년들의 보복, 미공군의 폭격) 등 객관적인 진상 규명을 통해 이제라도 우리 한국교회가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또 그동안 한국 교회가 냉전 이데올로기와 공산주의에 대한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분단과 대립을 지속시키고, 민족정신과 기독교적 사랑으로 통일과 화해에 이바지하지 못한 잘못과 한계도 냉정하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지난 날 한국 교회가 지은 잘못과 실수를 나의 잘못과 실수로 고백하고 회개할 때 하나님께서 북한 사람들의 찢어진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주시고, 또 우리들에게 진정 북한 사람들을 사랑하고 복음을 전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해 주실 것이다.기도하며 복음을 전하고 복음을 전하며 기도할 그 때만이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북한에서도 이루어질 것이다.

X. 마지막 제언

이제까지 북한주민 전도 지침과 북한선교를 위한 거대 전략의 방향성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았다. 여기에서는 앞으로 북한 선교를 위해 더 연구보완되어야 할 점들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좀 더 객관적인 연구를 위해 더 많은 월남자들을 면담하고 조사를 해야 한다.

 

아울러서 이번에는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탈북자들도 면담하고 조사해야 한다. 그래서 북한주민들의 연령과 계층과 지역을 고려하여 다양한 북한주민들에게 적절한 전도지침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둘째, 이번에 연구조사된 것을 바탕으로 국내외에 있는 북한주민들에게 실제 전도를 실시해야 한다.

 

남한에 와있는 월남자들은 물론이요,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또는 중국을 단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는 북한 사람들에게 전도를 실시해 이번 연구조사의 타당성을 검증하고 또 좀더 현장지향적이고 실제적인 전도방법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북한사람들에게 적절한 전도지를 개발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셋째, 북한주민들에게 적절한 전도지침 뿐만 아니라, 북한주민들에게 적절한 양육 지침과 자료들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에 와있는 북한 출신 그리스도인들을 중심으로 성경 공부 모임 내지는 제자훈련 모임을 만들어 연구와 개발을 해나갈 것을 제안한다.

넷째, 통일과 북한선교를 위해 향후 북한주민들이 겪게 될 문화 충격을 이해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남한에 와있는 북한사람들이 겪고 있는 문화 충격을 연구조사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특히 교회와 자매결연되어 있는 탈북자들을 중심으로 그들이 한국 사회와 교회에 와서 겪게 되는 문화 충격과 또 교인들이 북한출신자들을 접촉하면서 겪게 되는 문화 충격을 연구조사할 것을 제안한다.

다섯째, 앞으로 북한 선교는 북한주민들의 영적, 육적, 사회적 필요와 문제를 해결하는 총체적인 방향으로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따라서 현재는 물론이요, 앞으로 북한주민들이 처할 상황을 예상해서 그 상황에 알맞는 총체적 선교의 모델들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총체적 북한 선교를 감당해 나갈 수 있도록 교인들을 실제적으로 준비시키고 훈련시켜야 할 것이다
[이 게시물은 삼수령님에 의해 2009-05-27 13:41:16 네번째강-북한지식창고에서 이동 됨]
[이 게시물은 삼수령님에 의해 2016-06-23 14:47:41 삼수령공동체-자유게시판에서 이동 됨]
[이 게시물은 삼수령님에 의해 2016-06-23 14:58:46 삼수령공동체-가족게시판에서 이동 됨]

   

 강원도 태백시 태백우체국 사서함 44호 삼수령 [ 235-600 ] , 강원도 태백시 적각동 산 62번지
 Tel : 033)553-3395  FAX : 553-1405  E-mail : jasamsu@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