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9. 14

오늘 우사에 있는 소들을 무지개 초지로 방목하기 위해 예수원 지원형제들의 지원을 받아 아침부터 부산하게
준비하며 움직였습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긴 막대기 하나씩 들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고, 엘론형제님이 우사에서 소를 몰았습니다.
오늘따라 소들이 한 무리를 이루어 순조롭게 우사를 빠져 나가 언덕을 향해 달려 갔습니다.

그 순간이었습니다.
O.T때 빨간줄을 그어가며 그토록 강조했던 우사 앞의 철조망 문을 닫는 일을 잊어 버리고 그냥 두었다는 사실이 기억난 것입니다.
"안돼~ 문. 문. 문~~~"

소들이 몰려오길 기다리다가 멀리서 들려오는 엘론형제님의 비명에 가까운 외침을 듣고 "뭐지?"하고 있는데,
한 형제님이 뛰어 오더니 소들이 반대방향(사무실쪽)으로 다 가버렸다는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급히 나단형제님과 스네시스자매님과 함께 트럭을 타고 따라갔는데도 소떼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설마 텐트 근처에는 있겠지?" 염려는 실제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목장현관쪽으로 차를 몰고 나가면서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님, 소들이 차도로 달려 사고나지 않게 해 주십시오. 흩어지지 않게 해 주십시오.
어느 한 곳에 모여 있게 해 주십시오. 도움의 손길을 주십시오."
목장을 벗어나 태백쪽으로 아스팔트위를 달리는데 흙에 묻은 소똥의 흔적들이 보였습니다.
제발, 태백까지 나가지 않았기를 바라며 해뜨는 집쪽으로 들어 갔기를 기도했습니다.
그러나 해뜨는 집 쪽 철조망 문도 곱게 닫혀 있었습니다.
한참을 더 가다가 더이상 소데의 흔적이 보이지 않아 다시 돌아가서 흔적이 멈춘 곳에 서서
나단형제님이 큰소리로 엘론형제님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해뜨는 집쪽에서 소리가 들렸습니다.
혹시나 해서 차를 몰고 올라가 봤더니
엘론형제님이 아직 숨을 다 돌리지도 못한채 노랗게 질린 얼굴로 우리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문제의 소들은 거기서 유유히 풀을 뜯고 있었습니다.

엘론형제님의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소들이 반대방향으로 가는 순간 뛰기 시작해서 밖으로 나갔는데
마침 매봉산에서 배추싣고 나오던 트럭을 만나 그 차를 얻어타고 태백쪽을 나가는데,
해뜨는 집을 막 지난 곳에서 소들이 모두 조용히 모여 있었던 것입니다.

그 때 마침 태백으로 나가던 예수원 차가 두 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급히 손짓을 해서 지나가던 차들을 세워 방어막을 만들어 해뜨는 집쪽으로 소몰이를 했습니다.
그리곤 우리가 도착했던 것입니다.

잠시 후 다시 형제들을 불러 다시 우사로 소몰이를 하고 참을 먹고 난뒤
15분만에 무지개 초지로 무사히 소몰이를 끝냈습니다.

오늘 사건을 겪으면서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기도하기도 전에 하나님은 이미 예수원 차를 출발시키셔서 때에 맞게 그 곳을 지나가게 하셨고,
한 마리도 이탈하지 않게 하셨고, 해뜨는 집과 가장 가까운 곳에 소떼를 모아 두셨습니다.

이미 여러번 소몰이를 해 본 경험이 있기에 우리의 지식으로 15분이면 끝날거라고 쉽게 생각했던 그 일속에
우리는 다시 한 번 하나님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는 한 순간도 나 혼자 할 수 있다는 교만한 마음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모든 순간 우리를 도우시고 보호하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그리고 모든 일을 통해서 우리로 배우게 하시고 자라게 하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