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동안 우리는 북한에 대해 그리고 몇 가지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는 북한이 개방되었을 때 우리와 관련된 문제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다루었던 것은 민감하고 논의의 여지가 있는 문제, 즉 남쪽으로 피난 온 사람들이 북한에 원래 가지고 있었던 땅의 소유권 문제였습니다. 이번 달에는 현재 우리의 삶과 더 밀접한 문제, 현재 존재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고 또 북한이 개방되었을 미래의 전주곡으로 보일 수도 있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우리나라, 즉 남한과 북한이 진정으로 완전하게 하나가 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나 될까요? 지금까지의 경험에 따르면 쉽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주고 있지는 못합니다.
   지금 남한에는 1만4천 명 이상의 탈북자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것은 상당수가 불법체류자인 남한 내 조선족보다도 더 많은 숫자입니다. 많은 탈북자들은 배고픔으로부터의 자유와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남한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들 중 거의 대부분이 실상은 매우 다른 현실에 맞닥뜨렸다고 생각합니다.
   탈북자들은 남한 사회-속도가 매우 빠르고, 다양한 선택이 존재하며, 각 사람이 저마다의 요구를 하고, 새로운 관습과 법, 이론이 많은 사회-에 적응하는 것이 매우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북한을 탈출한 대부분의 난민들은 남한에 오기 전, 중국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중국은 사실 지난 수십 년 동안 소비주의와 자본주의의 길로 접어들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탈북자들에게 남한에서의 삶을 준비시키지는 못했습니다. 북한 사람들이나 조선족들 모두 갑자기 밀어닥쳤습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그들에게는 전혀 경험해보지 못했던 일들이었습니다.


그들의 잃어버린 희망

  우리 정부는 탈북자들에게 석 달 동안 ‘하나원’에서 남한에서의 생활을 위한 적응교육을 실시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그들이 실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배워야 하는 것들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훑어보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많은 탈북자들이 고통을 겪게 되는 문제, 즉 남한 사회가 북한 사회와는 근본적으로 전혀 다르다는 문제를 다루고 있지는 못합니다. 그들이 뚫고 나아가야 하는 모든 문화적, 언어적, 사회적 곤란에 더하여 대부분의 탈북자들이 힘들어하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외로움입니다. 오랫동안 다른 사람들을 의심하며 살아왔고 익숙했던 환경에서 떨어져 나왔기 때문에 남한에 있는 탈북자들은 우울, 두려움, 고독 등으로 힘든 싸움을 해야 합니다.
   많은 탈북자들은 북한이나 중국에서 수개월, 혹은 수년 동안 도망치고 숨고 학대받다가 부모, 형제, 자식 등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습니다. 최근에는 10층에서 뛰어내린 한 탈북 여인의 이야기가 뉴스가 되었습니다. 우울증과 싸우고 있던 그녀가 계속 살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중국으로 돌아가서 남아있는 딸을 데려오겠다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어려워지자 견디기 힘들었던 그녀가 택한 것은 결국 죽음이었습니다.
   조선족들이 처한 상황 또한 쉽게 넘을 수 없는 문제들로 보입니다. 남한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없는 그들에게 주어지는 일자리란 대개 육신과 영혼이 모두 고달픈 날품팔이 일들뿐입니다. 조선족 대부분은 어느 누구도 복지에 대해서는 상관하지 않는 매우 혼잡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하루하루 돈을 벌려고 일합니다. 일하다가 다칠 경우에는-자주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그들을 모른척하는 고용주들에 의해 병원에 버려지기 일쑤입니다.
   이처럼 조선족들이나 탈북자들에게 남한에서의 생활은 정말 힘들고 그래서 그들은 북한으로 발걸음을 돌리기도 합니다. 더 많은 북한 사람들이 중국을 왕래할 수 있는 여행허가를 받게 되었고 또 많은 중국인들이 자유롭게 북한을 오고가며 일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과 맞닿아 있는 북한의 국경은 점점 더 많이 열리고 있습니다.


사랑할 수 있다면

  사람들이 국경선을 넘나들 때마다 여러 가지 뉴스 꺼리도 함께 오고 갑니다. 한때 남한은 부와 자유의 땅으로 갈망의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게 매력적인 땅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위험을 무릅쓰기보다는 그들이 이미 알고 있는 악을 참고 견디기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남한으로 오기 위해서 중국으로 탈출하는 사람들의 흐름은 점차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든 상황들은 남한 사회에 대해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요? 특히 교회에 대해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요?

   수년 전 탈북자들의 흐름이 빨라지기 시작했을 때 많은 교회들은 남한에 있는 탈북자들을 위한 다양한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그 중 일부 사역은 지금도 계속되며 탈북자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이끌며 그들의 삶을 보듬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지속되고 있는 사역의 수는 매우 적습니다. 나머지 사역들이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들은 문화와 언어의 함정을 피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예전에 북한에서 사용되는 한국어와 남한에서 사용되는 한국어 사이의 중대한 차이에 대해서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단지 단어와 억양의 문제가 아니라 언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의 문제였습니다.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일상적인 대화를 위한 문화적 기준은 무엇인지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많은 남한 사람들은 북한 사람들의 퉁명스러운 말을 무례하게 느낍니다. 반면 많은 북한 사람들은 돌려서 말하는 남한 사람들의 말에 혼란을 느낍니다. 어느 쪽도 그들이 현재 다루고 있는 문제는 문화적이고 언어적인 차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대화는 끝나고, 양쪽 다 상처와 모욕감을 갖게 됩니다. 의사소통은 실패하고 서로에게 다가가려고 했던 노력은 사라져 버리고 맙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우리가 4천4백만 명의 남한 사람들 사이에 있는 몇 천 명의 탈북자들 그리고 조선족들과 잘 관계를 맺지 못하면서, 어떻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북한에 전하리라는 희망을 품을 수 있을까요?
   교회는 북한을 향한 움직임 이전에 남한에 있는 탈북자들에게 먼저 다가가야 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대답은 실제적으로 간단할지 모르지만 과거나 자신의 일상에 소진되어 눈이 가려진 사람들은 그 해답을 보기 어렵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탈북자들과 조선족들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수만의 남한 교회가 북한에서 가족단위로 온 사람들, 미혼남녀들 혹은 가족이 없이 혼자서 남한에 와 있는 어린이들이나 젊은이들을 가족처럼 보듬어 안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은 무엇일지 생각해 봅니다. 만약 교회가 소수의 사람들을 끌어안을 수 있다면, 그들의 친구가 되어주며 그들을 돕고 보살필 수 있다면, 간단히 말해 그들을 사랑할 수 있다면, 앞에서 말한 것 같은 문제들은 거의 즉각적으로 사라져 버릴 것입니다.
   물론 북한의 형제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문화적 차이 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려는 마음만 있다면 이런 차이들은 쉽게 배워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경계선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고, 바로 그것이 우리가 싸워야 할 전쟁의 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만약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 가운데 살고 있는 북한의 형제자매들에게 손을 뻗는다면 그들을 우리 사회 안으로 끌어안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한의 문이 열릴 때 어떻게 북한 사람들을 우리 사회로 통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귀중한 교훈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자, 사랑하기 위해, 그리고 배우기 위해 손을 내밉시다.†